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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산사' 세계유산 등재 의의 및 과제   2018-07-06 (금) 10:10
글쓴이 산도사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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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단과 정부 함께 이룬 성공... 이후가 더 중요

한국불교 전통을 간직한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하 산사)’의 역사성과 전통성이 세계로부터 인정받았다. 42차 세계유산위원회는 지난 6월30일 바레인 마나마에서 “7~8세기 창건 이후 현재까지 지속돼 왔고, 한국불교의 역사를 담고 있는 ‘산사’는 탁월한 보편적 기준(Outstanding Universal Value, 이하 OUV)에 해당한다”며 세계유산 등재를 결정했다.

무엇보다 지난 이코모스 권고에서 제외되었던 봉정사, 마곡사, 선암사가 통도사, 부석사, 법주사, 대흥사와 함께 연속유산으로 등재됐다는 점에서 성과로 기록될 만하다. 7개 사찰은 모두 삼국시대에 창건돼 오늘날까지 법등을 이어오고 있다. 가람배치는 조선 중기 이후에 이르러 정형화됐는데, 사찰 중심축이 주변의 계곡과 조화를 이루는 산지가람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산사세계유산등재추진위원회 전문위원들은 “한국불교의 산사가 현재까지 살아 있는 승원임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산사’의 세계유산 등재 의의를 설명했다.

등재신청서 작성을 책임졌던 최재헌 건국대 교수는 당초 유네스코가 제시한 등재기준 중 3번째인 ‘현존하거나 이미 사라진 문화적 전통이나 문명의 독보적 또는 적어도 특출한 증거’와 4번째 ‘인류 역사에 있어 중요 단계를 예증하는 건물, 건축이나 기술의 총체, 경관 유형의 대표적 사례’에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사찰별로 입지특성을 분류해 기술해 오랜 역사를 보여주는 건축물로서 7개 사찰이 모두 등재돼야 완벽하다는 점을 부각시켰다”며 “이코모스는 3번을 인정해, 선원을 중심으로 선수행을 하며 승가공동체를 유지해온 역사성에 무게를 뒀다”고 설명했다.

OUV를 규명했던 정병삼 숙명여대 교수도 “전통산사가 창건 이래 1000년간 신앙, 수행, 생활 등이 어우러진 종합승원이라는 것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며 “국보나 보물 같은 유형의 문화유산은 물론 선수행 전통을 이어 꾸준히 실참하고 있을 부각시켰던 게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고 자평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지만,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2013년 ‘산사’가 세계유산 잠정목록으로 등재되고 2017년 등재신청서 제출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노력했다. 그러나 심사를 맡은 이코모스가 지난 5월 ‘산사’의 OUV를 인정한 반면, 연속유산으로서 선정논리 부족 등을 이유로 통도사, 법주사, 부석사, 대흥사 등 4개 산사만 등재할 것을 권고해 위기가 찾아왔다.

조계종은 등재권고에서 제외된 마곡사, 봉정사, 선암사 등 3개의 사찰이 가진 역사성과 규모로 판단할 수 없는 종합승원으로서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문화재청, 지자체 및 전문가와 협업했다. 권고문의 내용적 오류를 수정해 ‘정오표(factual errors)’를 작성하고, 등재여부를 결정하는 21개 위원국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위해 ‘외교지지 교섭자료’를 제작했다. 정오표는 문화재청과 외교부를 통해 세계유산센터에 제출됐다.

이코모스는 오류정정 요청항목 총 12건 중 11건을 수용했다. 이를 바탕으로 제42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위원국의 대표단에게 정오표 수용사안을 설명했다. 제외됐던 3개 사찰의 경우 창건 기록이 여러 개로 창건시기가 명확치 않아 논란이 일었으나 문화재청과 외교부가 “여러 창건설화는 그만큼 사찰 역사가 오래됐음을 반증한다고 설득한 것이 주효했다”는 후문이다.

등재소식이 전해지자 불교계는 환영일색이다. 마곡사 주지 원경스님은 “조계종 총무원과 문화재청, 공주시와 함께 노력한 덕분에 마곡사가 세계유산으로 지정될 수 있었다”고 기뻐하며 “지자체와 함께 유무형의 불교문화유산을 보존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문화부장 종민스님은 “이번 등재는 한국 사찰이 오랫동안 역사성을 지키며 살아있는 문화유산으로 존재함을 전 세계가 인정한 것으로 등재를 위해 애써준 7개 사찰과 정부에 감사하다”며 “종단은 한국의 불교문화의 전통을 지키면서 세계인이 체험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산사세계유산등재추진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해온 조계종 문화특보 혜일스님은 “경주 불국사, 합천 해인사 같이 단독유산이 등재된 경우는 있지만 ‘산사’와 같이 연속유산이 등재된 것은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등재 이후에는 세계유산위원회가 전한 4가지 권고사항을 지켜나가는 게 중요하다.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산사 내 건물 등에 대한 관리방안 마련 △산사의 종합정비계획 마련 △등재 이후 증가하는 관광객에 대한 대응 방안 마련 △산사 내 건물 신축 시 세계유산센터와 사전에 협의할 것 등이다. 즉, 비지정문화재까지 포함해 산사 내 모든 구성요소에 대한 보다 강력한 보존과 보호관리를 주문한 것이다.

김지홍 문화재청 세계유산팀 사무관은 “세계유산에 대해서는 6년마다 정기보고를 하도록 돼 있으나 유산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복원사업이나 건축사업에 대해서는 확정 전에 수시로 보고해야 한다”며 “권고사항에 있듯이 유산구역 내 신규공사는 어떤 성격이든 상관없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와 사전협의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산사 내 무분별한 불사를 자제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최응천 동국대 교수는 “세계유산등재에는 규제와 책임이 따른다”며 “충실한 보존관리가 이뤄져야 세계유산으로서 가치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재헌 교수는 국제적인 표준원칙에 따라 보존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재복원과 관련 국제사회는 명확한 근거 없이 추정에 의해 과거에 있던 건축물을 복원하거나 재건하는 것을 반대한다.

또 등재기준이 됐던 OUV를 침해해서도 안 된다. 산사의 경우 산지를 살려 계단형으로 가람을 형성한 점이 인정됐기 때문에 현 지형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축대를 더 쌓아서 단을 높여 건물을 신축하는 등 지형을 변형시켜선 안된다. 과도한 관광객 방문도 경계해야 한다. 방문객이 늘었다고 화장실 증축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상업적 목적에 의한 건물 신축 등은 어렵지만, 스님들 생활 관련 건축은 사전에 협의해 수월하게 할 수 있다. 살아있는 유산이기 때문에 승가공동체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것은 지원한다는 의미이다. 또 목조건축물로 이뤄졌기 때문에 화재는 물론 흰개미 등 방재시스템을 더 철저하게 갖춰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정병삼 교수는 본말사를 뛰어 넘어 7개 사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만큼 산사를 통합 관리하는 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화재청과 교구본사, 지자체와 종단이 협력해 7개 사찰이 공통적 특성을 유지하되 개별적인 모습을 살릴 수 있는 관리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혜일스님도 “7개 사찰을 아우르고 문화재청과 해당 지자체, 유네스코와 소통하는 데 조계종이 앞장서야 한다”며 “사찰별 장기적인 정비계획 협의는 물론 소소한 불사들도 유네스코와 원활히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재헌 교수는 “조계종은 추진단 혹은 센터 등의 이름의 7개 산사에 대한 보존 주최를 신속하게 정비해야 한다”며 “등재신청서에 제시한 바와 같이 세계인에게 한 약속을 잘 지킨다면 세계유산으로서 ‘산사’의 가치가 잘 전승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현경 기자  eonaldo@ibulgyo.com

2018.07.04. 불교신문

문화재 보유사찰 정기감사 수검 
선암사 세계유산 등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