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사

지대방주간 법문
제목 수처작주 입처개진 - 주인공으로서의 삶   2015-10-13 (화) 09:54
글쓴이 금강   545



불자님들 안녕하십니까?

벌써 9월이 되었습니다. 날씨도 제법 선선해지고 이제 가을의 문턱을 넘어서는 느낌이 들어 좋습니다. 오늘같이 좋은날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해드리겠습니다.

제가 군법사하던 시절의 이야기인데요.. 해군사관학교에서는 매년 4학년 생도들이 군함에 올라 대양으로 나아가 세계를 다니며 순항훈련을 실시합니다.
올해도 70기 생도들이 출발을 했지요. 제가 우연한 기회로 그 순항훈련에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배에 오르고 보니 우리배의 함장이 독실한 기독교인
이었던겁니다. 그러다 보니 저를 계급으로만 대하는 거였어요. 당시 대위 2호봉이었던 저는 그 계급과 호봉에 맞는 방사와 식당 자리를 배정 받았습니다.
  해군 함정에서는 계급에 따른 위계가 아주 엄격하거든요.. 배안에서 군법사가 하는 일은 근무서는 수병들 간식이라도 주며 격려하고 법회를 주관하는
것입니다. 언젠가부터 함장님도 순찰을 돌며 격려를 하니 저보다는 간식들이 더 좋았겠죠? 어느 날 부터 수병들이 좀 서먹해 지더라구요.. 그렇지만 저는
제 일을 열심히 하던 중에 아무래도 무료해지는 배 생활이다 보니 돌파구를 찾아야겠다 싶어 모포를 몇 장을 얻어 동이 틀 때 마다 선상의 함수에 나가
108배를 하였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300배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바람이 불어 바다도 거칠고 배도 흔들려 균형을 잡으며 절 하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어렵게 절을 마치고 아침을 먹으러 식당에 갔더니 제자리가 없어진 겁니다. 제 자리가 함장님 옆자리로 자리가 바뀌었답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함장님 옆자리로 가니 함장님이 반색을 하며 저를 맞이하더니 선내 대중들에게 앞으로 법사님은 부장급 대우를 해서 숙소와 식당 자리가 변경된다고
공표를 하시는 겁니다. 어리둥절한 제게 함장님이 그러시더군요. 그날따라 배가 걱정되었던 함장님이 아침 일찍 함교로 올라가서 상황을 살피게 되었답니다.
그때 함장님 눈에 흔들리는 선수에서 뭔가 펄럭이는 것이 들어왔답니다. 사람이 움직이는 겁니다. 조타장에게 물으니 스님이 아침마다 선수에 나와 절을 한지가
벌써 꽤 오래되었다고 보고를 하였답니다. 그 말을 듣고 함장님이 크게 감명을 받았다고 합니다. “아! 법사님께서 저렇게 아침마다 우리 배의 안녕을 위해 기도를
올리시는구나!” 그 후로 저는 순항훈련이 끝날 때까지 좋은 환경에서 배의 안녕을 기원하며 승조원들의 조언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서열에 밀려 의기소침하고 있을 때 제가 법사로서 선수에 나아가 기도를 할 수 있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임제선사의 한마디였습니다.

隨處作主 立處皆眞

  중국 임제(臨濟)선사가 하신 말씀으로 ' 서는 자리마다 주인공이 되라'는 뜻입니다.
  부연해 말하자면 자기가 처한 곳에서 전심전력을 다하면 어디서나 주인공으로서 주체적인 삶을 살수 있다는 것입니다. 주체성을 갖는다는 것은 어디서나
전력투구(全力投球)를 하는 것을 뜻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만약 분위기에 눌려 소심하게 생활했다면 그 긴 순항훈령이 아주 힘들었을 것이고 법사로서의
소명도 다하지 못했을 겁니다. 법사로서 해야 할 일을 하다 보니 더 잘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겁니다.
  불자님들께서도 지금 처해있는 환경이 힘들고 어렵더라도 시류에 흔들리거나 끌려다니지 말고 그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중심을 바로잡아 주도적으로
상황을 풀어가겠다고 결심하시고 그렇게 해 보십시오. 처음엔 많은 책임과 고민으로 어렵겠지만 곧 길이 열리고 어려
움들이 풀리게 됩니다. 기억하십시오. 어디에 있건 주인공이 되십시요! 하는 일마다 진심전력하십시요!

  성불합시다.

불기 2559년 8월 법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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