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사

지대방주간 법문
제목 역지사지 -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   2015-10-27 (화) 12:48
글쓴이 금강   614



불자님들 안녕하십니까?
이제 가을이 제법 완연해졌습니다. 한가위는 잘들 보내셨지요? 오랜만에 만난 가족 친지들과 깊은 정은 나누고 넉넉한 마음 하나 가득 안고 오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늘은 지난 법문에 이어 군법사하던 시절의 순항훈련 이야기를 이어서 하겠습니다.

해군사관학교 순항훈련을 따라가 함께 항해하던 중에 우리 배는 적도부근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적도부근을 무풍지대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바람이 없고 고요한 바다여서 그렇게 부른답니다. 정말 그 무풍지대에 들어가니 세상이 고요하고 바다도 잔잔하고 아.. 이런 세상도 있구나 싶었습니다. 이 무풍지대는 바람을 이용한 범선들에게는 꽤나 위험했다고 합니다. 바람이 잘 불지 않으니 배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타는 듯한 더위로 매우 고생을 많이 했던 모양입니다. 동력선을 타는 요즘엔 크게 문제가 없는 모양입니다.
하여간 이 적도부근에서는 햇볕도 강해서 철판으로 만들어진 군함이 뜨겁게 달아올라 표면온도가 70℃에 이릅니다. 계란을 깨놓으면 그대로 프라이가 될 정도입니다. 이렇게 더운 탓에 제대로 밖에 나가기도 어려웠는데 하루는 저녁 7시 무렵 집합명령이 떨어졌습니다. 승조원들이 다 모이니 함장님이 갑자기 “지금부터 1시간 동안 야자타임을 실시한다!” 이러는 겁니다. 이게 또 뭔 상황인가? 하는데 한정된 공간에서 서루 부딪히며 살다보니 야자타임이 쉬울리 만무했습니다. 서먹하고 어색한 시간이 흐르고 제가 함장님께 물었습니다. 왜 이런 행사를 하시느냐고..
함장님은 과거 무풍지대를 지나던 범선의 선원들이 바람이 없어 조난 당할까봐 두려워했던 마음을 달래 주려고 선상에서 흥겨운 시간을 가졌었는데 거기에서 유래한 일종의 적도 통과 의식 같은 거라 합니다.
그래서 제가 제안을 하나 했습니다. 그럼 서로 역할을 바꿔보는 역할극을 해봅시다. 야자타임보다는 훨씬 쉽고 상호 이해의 계기도 될 듯 하고..
함장님이 흔쾌히 동의하여서 서로 역할을 바꾸는 역할극을 실시했습니다. 이역시도 선뜻 나서는 이가 없어 제가 먼저 기관병과 역할을 바꿔보았습니다. 기관병 임무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엔진실의 엄청난 소음과 진동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모든 승조원들이 서로 역할을 바꾸어 보서 상호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성과도 좋았습니다. 함장님은 이를 사령부에 보고하였고 훗날 모범사례가 되어 각 부대에 전파되었다는 후문입니다.
사실 좁은 공간에서 늘 보던 얼굴들을 마주하면서 6개월을 함께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제 생각에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겠다 싶었습니다.

易 地 思 之

역지사지(易地思之)는 '입장을 바꾸어 생각함', '처지를 바꾸어서 생각하여 봄'이라는 뜻입니다. 즉, 처지를 바꾸어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는 말이지요.
역지사지는 '맹자(孟子)'의 '이루편(離婁編)' 상(上)에 나오는 '역지즉개연(易地則皆然)'이라는 표현에서 비롯된 말로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뜻입니다. 역지즉개연(易地則皆然)은 사람의 처지를 바꿔 놓으면 그 처지에 동화되어 하는 것이 다 같게 된다는 말입니다. 즉, 사람은 입장을 바꾸어 같은 처지에 있게 되면 모두 같은 행위를 한다는 말입니다.
우리 주변의 모든 갈등은 다 이 역지사지를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역지사지는 남이 먼저 못합니다. 내가 먼저 해야지요. 즉, 내가 먼저 다가가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줘야만 상대방도 움직이는 것입니다. 전번이 이야기 한 것처럼 시류에 끌려가지 말고 내가 상황을 이끌어 가는 주인공의 삶을 살아야만 가능 한 것입니다.
주인 된 마음으로 상대방을 헤아릴 줄 안다면 세상일에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원만한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그런 마음자리를 다 잡을 수 있도록 늘 정진 또 정진해야겠습니다.
성불합시다.

불기 2559년 8월 법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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